분류 전체보기1 ‘지도에서 사라진 마을’의 시간을 걷다 한때는 지도에 이름이 있었던 마을이 있다. 전기도 도로도 없이 조용히 존재하던 그곳은, 1990년대 말 정부의 행정구역 통폐합과 함께 서류상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하지만 지워졌다는 것은 단지 ‘공식 문서’에서만일 뿐, 그곳에는 아직도 시간이 멈춘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우연히 알게 된 이 ‘없는 마을’을 찾아가기 위해 오래된 지질도와 옛 우편노선을 따라 며칠을 걸었다.마을 입구는 도로가 아닌, 돌무더기 사이의 희미한 오솔길이다. 풀숲에 묻힌 옛 표지판에 ‘천수동(天水洞)’이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마치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단어처럼 낯설고도 아름다웠다.그곳에서 만난 노인은 "여긴 세상에서 잊혀진 곳이지만, 우리한테는 세상이야"라고 말했다. 상수도도, 인터넷도 없지만, 그는.. 2025. 5. 21. 이전 1 다음